광주 양림동 언덕에서 만나는 근대문화의 숨결 우일선 선교사 사택 탐방

광주 남구 양림동의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 붉은 벽돌 담장 너머로 고요하게 자리한 이국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양림동 언덕 중턱에 있는 ‘우일선 선교사 사택’. 서양식 붉은 벽돌과 아치형 창문, 그리고 정갈한 지붕선이 어우러진 이 집은 1920년대 초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였던 우일선(Wilson) 목사가 거주하던 곳으로, 현재는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집 앞의 느티나무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햇살이 벽돌 사이를 부드럽게 비추었습니다. 근대의 흔적과 시간이 함께 숨 쉬는 이곳은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한국 근대문화의 한 장면을 품은 살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1. 언덕 위의 조용한 길, 그리고 도착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광주 지하철 남광주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의 골목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다 보면, 담쟁이덩굴이 감긴 붉은 벽돌 담장과 ‘국가유산 우일선 선교사 사택’ 표지판이 나타납니다. 입구에는 짧은 돌계단이 이어져 있고, 작은 철제문을 지나면 정원과 함께 건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변은 조용하며, 새소리와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근처에는 다른 선교사 사택들과 기독교 교육 시설들이 함께 자리해 있어 당시의 역사적 맥락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근대의 시간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2. 서양식 벽돌 건축의 단정한 아름다움

 

이 사택은 1920년대에 지어진 2층 규모의 벽돌조 건물로, 아치형 창문과 높은 경사지붕이 특징입니다. 외벽은 붉은 벽돌로 정교하게 쌓아 올렸으며, 흰색 몰딩으로 창문과 벽체의 경계를 강조했습니다. 현관 위에는 반원형 차양이 설치되어 있으며, 내부는 목재 계단과 난간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창틀은 원목으로 만들어져 세월의 질감이 느껴졌고,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빛이 바닥의 나무결을 은은하게 비췄습니다. 천장은 비교적 낮지만 구조적으로 안정감이 있으며, 실내 벽에는 당시 사용되던 벽난로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선과 재료의 조화가 오래된 건축물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3. 광주 근대문화의 중심이 된 공간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당시 선교와 교육, 의료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장소입니다. 우일선 선교사는 이곳에서 광주 최초의 근대식 학교와 병원 설립을 도왔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 교류의 장을 열었습니다. 사택 내부 일부는 선교사 가족의 생활공간으로, 나머지는 회의와 성경공부, 교류의 자리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안내문에는 “광주 근대화의 출발점 중 하나로, 선교와 교육이 공존한 상징적 공간”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 집을 중심으로 주변에 수피아여학교, 오웬기념각, 양림교회 등 근대 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건물은 당시의 ‘시간의 중심’이자 지금의 역사적 기억이었습니다.

 

 

4. 복원과 보존, 그리고 현재의 모습

 

현재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복원 작업을 거쳐 내부 관람이 가능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외벽의 벽돌은 원래의 재료를 최대한 보존하였고, 훼손된 부분은 동일한 질감의 벽돌로 교체되었습니다. 내부는 전시공간으로 꾸며져 있으며, 선교사들의 생활용품과 당시의 사진, 서신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목재 마루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남긴 채 광택만 정돈되어 있었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실내를 따뜻하게 채웠습니다. 주변의 정원에는 철제 벤치와 작은 표지판이 놓여 있어 잠시 앉아 휴식하기에도 좋았습니다. 공간은 고요했지만, 벽돌 하나하나가 과거의 이야기를 품은 듯했습니다.

 

 

5. 양림동 근대역사마을과 함께 걷는 길

 

사택을 방문했다면 양림동 근대역사마을 전체를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도보 5분 거리에 ‘우월선 선교사 사택’과 ‘오웬기념각’, ‘양림교회’가 있으며, 각각이 근대 선교사의 활동과 한국 초기 기독교 문화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또한 ‘펭귄마을’로 불리는 골목 예술거리도 가까워,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점심은 인근의 ‘양림제면소’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으며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역사와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네라, 산책처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시의 소음이 닿지 않는, 시간의 골목이었습니다.

 

 

6. 관람 팁과 현장에서의 감상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개방되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실내 관람 시에는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하며, 사진 촬영은 일부 구역만 가능합니다. 방문할 때는 햇살이 가장 따뜻한 오후 시간을 추천합니다. 벽돌 외벽이 빛을 받아 붉은빛으로 물들며,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빛이 실내에 은은하게 번집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창문틀이 살짝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것조차 시간의 흔적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래된 건물의 냄새와 나무 바닥의 삐걱거림이 오히려 공간을 살아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과거를 보는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 여전히 머무는 현재형의 역사였습니다.

 

 

마무리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광주의 근대문화가 처음으로 뿌리내린 자리이자, 한 세기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붉은 벽돌의 질감과 나무 창틀의 향기 속에서 사람들의 발자취가 느껴졌고, 그 안에는 신앙과 교육, 그리고 헌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해질 무렵, 햇살이 벽돌 위로 스며들며 집 전체가 금빛으로 빛났습니다. 그 빛은 단순한 노을이 아니라, 세월이 남긴 따뜻한 기억처럼 보였습니다. 조용한 골목 속에서 이 집은 여전히 한 세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서 있는, 광주의 시간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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